- 한국 사회의 큰 파장을 던진 캄보디아 범죄 단지의 납치·감금 및 고문 사태
- 2006년 중국과 공동 조성한 경제특구로 연간 7% 고도 성장 속 치안 불평등 결합
- 중국 범죄 조직이 건너와 코로나 시기 카지노 경제 붕괴를 기점으로 온라인 사기 진출
- 캄보디아 현지의 단속 의지가 약해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범죄가 잇따르며 살인 사건까지 벌어지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범죄 조직은 SNS로 고수익 일자리 광고를 게재하여 입국을 유인한 뒤 납치하여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강제 가담시키고 있습니다. 온라인 사기 조직은 이를 통해 수조 원대의 자산을 형성하는 등 막대한 범죄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현지 경찰이 온라인 사기 범죄 단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한국 정부 역시 나서서 범죄 단지에 구금된 한국인을 송환하고 있지만, 현지 고위 공무원 및 권력자들과 결탁한 범죄 조직을 뿌리 뽑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시아인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에 세계 각국이 우려를 표하며, 범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캄보디아에서 잇따르는 한국인 납치·살해로 공분

캄보디아 현지의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는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이 ‘고수익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SNS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넘어갔다가 중국 조직이 운영하는 범죄 단지에 감금되어 폭행과 고문 끝에 숨지며 공론화됐습니다. 작년부터 캄보디아 현지 ‘웬치’라 불리는 범죄 단지에 대한 보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 대학생의 사망을 통해 정부가 직접 대응에 나서며 비로소 수사 규모가 확대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텔레그램에는 투자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 범죄 가담자를 모집하기 위한 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종 신고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의 한국인 납치 신고는 220건이며, 올해는 지난 8월까지만 330건에 달합니다. 경찰청이 접수한 납치·감금 신고만 2024년 1월부터 10월 13일까지 총 143건에 달합니다. 이 중 91건은 피해자의 신변을 확인했으며, 52건은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실종자 대부분이 SNS의 ‘고수익 해외 일자리’ 광고를 보고 출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숙식 제공, 고수익 등을 미끼로 한국인 청년들을 캄보디아로 유인한 뒤 납치하여 감금하고, 고문과 폭행으로 범죄 가담을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감금 및 폭행 아래 보이스피싱 연락책으로 범죄에 가담하고,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을 위해 국내 계좌 번호를 빼앗기는 등의 육체적,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지난 10월 1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50대 남성 A씨가 캄보디아로 간다고 말한 뒤 5월 중순부터 연락이 두절됐다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A씨는 가족에게 한 건물에 감금돼 있다며 구조를 요청하는 연락을 했고,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지인을 통해 20대 남성 지인 B씨가 캄보디아로 납치됐다는 신고도 접수됐습니다. B씨는 지난 5월 초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국경이 맞닿아 있습니다. 자력으로 탈출하여 경찰에 신고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7월 25일 20대 남성 C씨는 경남경찰청을 찾아 캄보디아에서 감금됐다가 탈출했다고 신고했습니다. 불법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던 C씨는 “카지노에서 일하면 일주일에 35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출국한 뒤, 범죄 조직에 의해 감금됐다가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려 탈출한 뒤 귀국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의 한국 경찰 인력만 활동 중인 탓에 급증하는 납치·감금 범죄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잇따른 한국인 납치·감금 등의 강력 범죄 소식에 한국 정부도 부랴부랴 수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실종 신고가 이어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서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신속 송환을 지시한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4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무엇보다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사건에 연루된 국민을 신속히 송환해야 한다”고 총력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10월 15일 국정원, 경찰, 외교부가 참여한 합동대응팀을 현지로 급파했으며, 경찰은 캄보디아에 코리안 데스크(한국인 사건 전담 경찰관)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캄보디아 당국이 10월 18일 범죄 단지를 대대적으로 단속하여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송환되었으며, 이들 중 59명이 구속되었습니다. 경찰청은 범죄사실 외에도 출입국 경위와 범죄조직 구조 파악, 스캠(Scam) 단지 현황과 현지 납치·감금 피해 현황, 인력 공급 및 알선 조직 등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전반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외 공범 및 국내 연계 조직에 대한 수사 단서 확보에 주력해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및 검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범죄 소굴로 전락한 캄보디아, 카지노 경제 붕괴의 그림자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및 인신매매 사례가 잇따르는 캄보디아는 수년 전부터 세계 온라인 금융 사기 범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곳입니다. 중국계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사기 범죄 전문 단지, ‘웬치’가 캄보디아 국내에만 수백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베트남 등 제3국의 범죄조직까지 몰려들어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범죄 조직들은 규모를 키워 캄보디아를 넘어 쿠데타로 인해 내전 중인 미얀마, 정국이 불안한 태국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히는 중입니다.
스마트폰 보급을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동유럽, 서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 내 중국계 범죄 조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구축한 범죄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웬치와 같은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강제노동을 동원해 기업형 범죄를 일삼고 있습니다.
중국과 캄보디아 정부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시아누크빌(Sihanoukville) 경제특구를 공동 조성하자, 중국계 범죄 조직은 캄보디아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시아누크빌은 수도 프놈펜(Phnom Penh)에서 210㎞ 떨어진 해변도시로서, 중국 제조 업체들이 저비용 제조 공장을 짓기 위해 주목한 곳입니다. 여기에 외국 투자 자본을 유치하여 수출·제조업 국가로 거듭나려는 캄보디아가 중국 제조 업체들을 적극 지원하며, 2017년부터 중국의 자본이 시아누크빌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캄보디아 카지노 경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대대적인 반(反)부패 운동을 벌이며 라이센스 갱신 등을 빌미로 마카오 카지노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이에 많은 마카오 카지노 자본이 중국과 인접한 캄보디아를 주목했습니다.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카지노가 들어서자,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마카오를 찾을 수 없게 된 중국인과 카지노가 불법인 태국인들의 방문이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캄보디아 경제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3%의 고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카지노 경제의 번성으로 범죄 조직들이 캄보디아로 흘러들어왔고, 불법 오프라인 카지노와 온라인카지노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캄보디아는 식민지 지배와 권위주의 정권을 거쳐 소수 지배 계층이 외국 기업과 결탁하여 삼림 벌채권 등의 이권을 나누는 방식이 성행했는데, 불법 카지노들 역시 이러한 방식을 고스란히 계승하여 공권력과 결탁해 번성을 거듭했습니다. 특히 중국계 카지노 자본과 범죄 조직은 시아누크빌의 카지노와 중국 현지를 연결한 슬롯사이트 및 카지노사이트를 통해 큰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캄보디아 재정부 ‘사행산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40개의 카지노 중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곳은 고작 40곳에 불과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카지노 영업이 제한되자 암운이 드리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인의 해외 이동이 제한된 탓에 카지노가 큰 타격을 받았고, 임대료가 폭등하며 호텔과 레스토랑 및 아파트 등은 주인 없는 공동화 현상에 시달렸습니다. 이에 불법 카지노를 운영하던 범죄조직들이 대안으로 고른 것이 바로 ‘스캠(사기) 범죄’입니다. 온라인카지노를 위해 구축한 서버와 컴퓨터 등 인터넷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한 것입니다. 온라인카지노를 통해 거둔 이익으로 사들인 시아누크빌 내 신규 호텔 등의 부동산은 스캠 범죄 소굴로 재활용됐습니다.
스캠 범죄 조직의 첫 번째 타겟은 대만인이었습니다. 중국인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만큼 같은 중화권 대만인을 타겟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리고 엔데믹 이후 중국인들의 왕래가 자유로워지자, 중국 본토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확대했습니다. 여기에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 시절 범죄와의 전쟁으로 입지가 좁아진 필리핀 범죄 조직이 더해졌고, 한국의 폭력조직과 일본의 야쿠자·한구레, 베트남 마피아까지 합세하며 피해 범위가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타겟 또한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의 아프리카인은 물론 브라질, 튀르키예, 자메이카 등의 제3국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각 범죄 조직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납치와 감금, 강제노동 및 고문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비정부기구(NGO)는 캄보디아 내 약 350개 시설에서 15만 명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으며,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범죄 단지의 강제 노동 방식이 전 세계 인신매매 조직과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다며, 웬치 운영 방식이 중국식 기숙학교나 대규모 공장의 인력 관리와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에서 악명 높은 인력 관리로 유명한 곳이 바로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계 공장 폭스콘입니다. 중국 정저우(郑州) 폭스콘 공장은 혹독한 노동 강도로 인해 2010년에만 14명이 자살했으며, 코로나19 시기에는 감금 후 강제 노동에 반발한 노동자들의 탈출 러쉬가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하남석 교수는 “감시 자본주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억압적인 노동 관리 방식이, 캄보디아에서 최악의 형태로 이식됐다는 분석입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사기 범죄에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과 인공지능(AI) 등의 첨단 기술까지 동원됩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한 대화를 납치·감금 피해자에게 강제하며 스캠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생성형 AI, 머신 러닝과 같은 첨단 기술 덕분에 범죄 조직은 범죄 수익의 출처를 은폐할 수 있었습니다. ‘후이온 개런티(Huione Guarantee)’, 즉 현재의 ‘하오왕(Haowang)’과 같은 불법 온라인 마켓은 피싱 사기용 스크립트와 악성코드, 자금 세탁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불법적인 수단을 제공하여 온라인 범죄 조직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도 캄보디아에 대한 우려 높아져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범죄 단지 문제는 이제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초국가적 범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UN은 불법 온라인카지노 사업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온라인 범죄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확산 중이라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UN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최근 발표한 ‘변곡점 : 동남아시아 사기 센터, 지하 금융, 불법 온라인 시장의 세계적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범죄 환경의 변화를 설명했습니다. 온라인카지노 플랫폼이 불법 금융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잡아, 범죄 집단이 수십억 달러의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동시에 인신매매 및 온라인 사기에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규모 온라인 사기 조직으로 시작했던 조직들은 이제 정교하고 이동성이 뛰어난 초국가적 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들은 산업 단지와 과학기술특구, 경제특구(SEZ), 호텔 및 카지노 등에 침투하여 합법적인 기업으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2019년 캄보디아가 온라인카지노를 금지하기로 한 뒤, 많은 사업자들이 일시적으로 온라인카지노 사업을 중단하고 규제가 느슨한 인접 지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경제특구와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기 범죄가 번창했다는 것입니다. UNODC 보고서는 “광범위한 동시다발적 변화가 범죄 생태계를 변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도 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한 범죄 단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9월 29일 ‘2025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캄보디아의 인신매매 위험도를 최고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하고,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위한 노력도 기울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증언을 모아 매년 각국의 인신매매 현황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2022년부터 4년 연속 3등급에 머물러있는 캄보디아는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제한될 예정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온라인 스캠 단지의 인신매매 배경에 ‘정부의 관행적 패턴’이 있다고 지적하며, 당국의 부정부패로 인해 인신매매 범죄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범죄 조직이 당국의 단속 정보를 미리 입수할 정도로 경찰에 깊숙이 결탁하거나, 시설이 적발되어 문을 닫더라도 운영자가 벌금만 내고 며칠 만에 범죄 단지를 다시 운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판사가 공소 기각 및 무죄 판결, 감형 등을 대가로 관련자에게 뇌물을 받은 사례까지 존재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인신매매 범죄 기소 건수는 2024년 380건으로 전년도 354건보다 7.34% 증가했지만, 피고인에 대한 처벌 수위는 6일~1개월의 단기 징역형에 불과했습니다. 비정부기구(NGO)들은 검찰이 7~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인신매매방지법보다 처벌이 약한 노동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탓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더구나 작년 보고서에서 “일부 고위 공무원이 온라인 사기 업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에 이어, 이번에도 “재계 엘리트들이 고위 공무원이나 이들의 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라인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며 고위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습니다. 정부 고위 관료와 범죄 조직의 공모로 인해 인신매매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무부는 현지 당국이 부패한 고위 공무원과 인신매매 단지 운영자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온라인 사기 업장의 범죄 보고가 널리 퍼져 있지만, 정부는 운영자로 의심되는 사람이나 이와 관련된 고위 공무원을 체포하거나 기소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 집권당 인사들이 범죄 조직과 경제공동체를 이룬 사례도 확인됩니다. 집권당 상원의원이자 훈센 전 총리(雲昇)의 측근인 리용팟(Ly Yong Phat)과 코크 안(Kok An)은 물론, 부총리 겸 내무장관인 사르 소카(Sar Sokha) 역시 범죄단지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사기 범죄 단지인 ‘태자(太子) 단지’를 운영해 온 ‘프린스 그룹’ 수장, 천즈(陳志) 회장은 훈센 전 총리와 그의 아들 훈 마넷(洪馬內) 현 총리의 고문으로 활동해 온 인물입니다. 미국 정부는 온라인 사기 범행이 이루어진 리조트를 소유한 리 용 팟 상원의원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미국의 제재를 받는 상원의원에게도 형사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초국가적 대응 및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캄보디아 당국의 부패가 맞물려 거대한 ‘스캠 공화국’을 만들었지만, 피해자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대된 이상 이제는 양국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습니다. 자국민 피해가 잇따르자 중국은 캄보디아 정부에 강력한 범죄 단속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단속과 관련자 송환을 요구했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중국 당국이 자국 수사기관의 특별 권한까지 요구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은 주권 문제라며 거부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한국과 협력하여 영사협의회를 통해 납치 범죄 문제를 논의한 바 있으며, 범죄 해결을 위해 양국이 협력할 예정에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권한과 수사 의지를 지녀야 할 현지 당국이 미온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범죄 조직이 치안이 불안한 미얀마로 진출하여 해당 지역의 소규모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으며, 범죄 단지 근처의 음식 배달 및 세탁 서비스까지 지역 경제와의 ‘공생’ 효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부패는 더욱 심각해졌고, 지역 세력과 결탁한 범죄 조직이 판치며 웬치는 ‘치외법권’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현지 경찰은 예산 부족으로 인해 단속·체포 활동에 소극적이며, 경찰이 사비를 들여 수사하는 일이 잦아지며 부패에 더 취약해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방 경찰은 법을 어떻게 집행해야 하는지 몰라 인신매매 근절 업무를 못 하고 있으며, 차량과 컴퓨터 및 법의학 도구 등의 수사 장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법정에서 피해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판사들이 피해자 중심의 접근 방법을 몰라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겪는 등 피해자 보호 중심 수사 기법도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UNODC 역시 초국가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온라인 사기 조직의 인력 공급처이자 표적으로 동남아시아가 부상하는 현재, 필리핀의 불법 온라인카지노 산업과 캄보디아의 사기 센터가 결탁하여 싱가포르에서 수십억 달러의 자금 세탁이 벌어지는 등 범죄 조직들의 영향력과 복잡성은 이미 일개 단일 국가 차원의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UNODC는 ‘자립형 범죄 생태계’를 해체하기 위한 국제 협력을 촉구하며,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온라인 범죄의 진원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경각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사이버 범죄 조직이 방치될 경우 동남아시아에 전례 없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며, 이는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잠비아, 앙골라, 나이지리아에서 대규모 단속 작전을 통해 동남아시아 출신 운영자들이 이끄는 온라인 사기 조직을 적발한 것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연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희소식입니다.
더불어 단순한 범죄 단속 이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국장은 “범죄 조직의 배후에는 각국 정부의 부패 사슬이 있으며, 이들 지역에 시민사회의 공간이 열리고 법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외에는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다니엘 키튼-올슨(Danielle Keeton-Olsen)은 중국의 학술 저널 ‘글로벌 차이나 펄스(Global China Pulse)’에서 현지의 부패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언론의 자유’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왕실모독법을 빌미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태국처럼,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권위주의 정권의 국가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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