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최대 저축은행으로 카지노 황제를 꿈꾸던 은인표의 비참한 말로
- 불법 대출로 징역 마친 뒤에도 제주 카지노 영업권 노리고 주주 사칭 범죄 저질러
- 법원 “반성 않고 재차 범행”으로 다시 한 번 유죄 선고
전북 지역 최대 저축은행이었던 전일저축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갔던 대주주가, 이번에는 과거 불법 대출 범행에 동원했던 업체의 1인 주주를 사칭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파산한 전(前)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겸 라마다 프라자 호텔 제주 카지노의 전 회장 은인표는 제주 지역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며 한국의 카지노 황제를 꿈꿨습니다. 그러나 불법 대출로 인해 징역을 사는 동안, 그의 심복으로 불리던 정모씨가 카지노를 장악하고 중국에게 사업권을 매각하며 카지노 황제의 꿈도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카지노 인수를 위해 주주를 사칭하는 범죄를 또다시 저질러 다시 한 번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은인표, 카지노 영업권 둘러싼 주주 사칭으로 벌금형
지난 10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는 ‘자격 모용 사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은인표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임정빈 판사는 “피고는 범행을 부인하며 뉘우치지 않고, 누범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습니다.
그의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 전북 지역 최대 서민금융기관으로 꼽히던 ‘전일저축은행’의 파산 사건 때입니다. 국제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 등으로 여러 저축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던 2009년 말, 금융위원회는 그가 대주주로 있던 전일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여 영업정지 조치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이로 그치지 않고 저축은행이 부실이 대주주 및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서 비롯됐다 판단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시중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지배 구조가 분산되어 있지 않아, 대주주가 100%까지 지분을 소유하고 공적 은행을 개인의 사(私)금고로 여기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상호저축은행법’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 공여를 금지하여 우회 대출을 엄격히 막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외주제작사를 앞세워 적덩 담보나 심사 없이 179억 원의 불법 대출을 지시하여 전일저축은행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은인표는 제주 라마다 프라자 호텔 카지노(현 더케이 제주 호텔) 법인을 위해 은행 자금을 불법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수사망을 좁힌 검찰은 2006년 제주 라마다 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대주주 지위를 이용하여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300억 원 가량의 불법 대출을 일으켜 은행에 손해를 끼쳤습니다.
이에 검찰은 2011년, 190억 원 규모의 차명 대출을 포함해 268억 원대 불법 대출 혐의로 그를 기소하였습니다. 당시 그는 다른 사기죄로 인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복역 중에도 그의 불법 행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2008~2011년 그는 교도관에게 편의 제공을 대가로 8,900만 원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가 밝혀져 또다시 처벌을 받았습니다.
2개의 재판으로 나뉘어 진행된 1심에서 은인표는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으로 징역 4년, 뇌물공여로 징역 2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으로 징역 3년을 선고하는 중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전일저축은행과 피해 기업들에게 끼친 거액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2016년 5월 24일, 2,000억 원대 불법 대출 및 교도관 뇌물, 연예기획사 특혜 대출 등이 병합된 항소심에서 일부 불법 대출 금액에 대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유죄 인정 금액이 300억 원대로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대법원 3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법리에 대한 오해가 없다”며 전체 형량을 징역 7년 6개월로 확정했습니다.
한 때 자산 규모 1조 2,000억 원을 자랑하던 전북 지역 최대 저축은행이 2009년 말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13%까지 추락하며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까지, 전일저축은행 파산 사건은 금융 감독 기관의 소홀과 한 사람의 탐욕이 결합할 때 금융기관이 어떻게 한 사람의 개인 금고로 전락할 수 있는지 여부를 여실히 보여준 표본입니다. 전일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기 위한 방식으로 ‘가교저축은행(브릿지 뱅크)’ 모델을 택하게 됩니다. 전일저축의 자산과 부채의 상당 부분을 신규 저축은행인 ‘예나래저축은행’으로 넘기는 계약 이전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2010년 4월 예금보험공사는 전일저축은행의 일부 자산과 5,000만 원 이하 예금을 예나래저축은행으로 계약 이전하고,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예나래저축은행 영업 개시 첫 날 4월12일에는 5,000만 원 이하 예금자 6만여 명이 한꺼번에 창구에 몰려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5,000만 원 초과 예금 및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의 돈은 파산 재단으로 넘어가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남아버렸습니다. 2011년 당시 전일저축은행에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 원을 초과해 예금한 고객은 3,550명이며, 후순위 채권 피해 규모는 162억 원에 달했습니다.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발한 곳이 은인표에 의해 한줌 잿더미로 남겨진 것입니다.
카지노 황제를 노리던 이의 비참한 말로

은인표는 과거 금융권 및 정치권에 대한 로비를 통해 한국의 카지노 ‘황제’를 꿈꿨던 인물입니다. 연예 및 카지노 사업가로 불리던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중반으로, 연예게 대부이자 제주도 호텔 및 카지노 사업을 운영 중인 사업가로 유명세를 날렸습니다.
그러나 제주 호텔 카지노를 인수, 운영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전일저축은행을 개인 사금고처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6년 6~8월경 호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기업 두 곳의 명의를 빌려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총 189억 원을 대출받아 차명 불법 대출 혐의를 받게 된 것입니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및 우회(차명) 대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은인표의 저축은행 인수 자금 출처가 결국 저축은행 내부라는 결론이 나오는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계와 종교계 등의 인맥을 통한 로비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은인표는 제주 지역 유력 인사와 정관계, 그리고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 인사를 연결 고리로 삼아 사업 확장을 시도했고, 2008년 사기 혐의로 수감된 이후에는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수십억 원대의 변호사 비용을 동원해 광범위한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정확한 로비 자금 규모나 최종 법적 판단이 모두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저축은행이 지역 토착 권력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하나의 단면이었습니다.
결국 전일저축은행은 공중분해되고 은인표는 법적 처벌을 받은 뒤 2019년 출소했지만, 그 이름은 또 다른 사건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불법 대출 혐의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가 출소 이후에도 법인 서류 위조와 자격 도용, 카지노 영업권을 둘러싼 주주 사칭 의혹까지 새로 불거지며 또다시 재판이 진행된 것입니다. 그는 2021년 11월경 과거 카지노를 운영했던 한 법인과 관련해 ‘자격 모용 사문서 작성’, ‘자격 모용 사문서 행사’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고, 2022년 3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습니다.
그가 해당 법인의 등기임원 및 주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인 주주명부와 인감신고서, 위임장을 위조하여 법원등기소에 변경 등기 신청서를 제출, 등기 변경을 완료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저축은행 불법 대출로 중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인물이 타인의 자격을 도용해 법인 지배권을 노린 것입니다. 이후 스스로를 해당 법인의 사내이사로 등재하고 법인 이름까지 바꾼 뒤, 실제 주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법인을 대표할 권리나 자격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한 바 있습니다.
해당 법인의 실제 주주들은 곧 은인표를 고소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징역을 받던 도중에 해당 법인의 대표이자 과거 동업자였던 정모씨가 은인표 대신 카지노를 관리했는데, 정씨가 중국 사업가에게 카지노를 팔아넘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호텔명이 ‘더케이 제주 호텔’로 바뀐 라마다 프라자 호텔 카지노의 경우 중국인 1명이 지난 2014년 하순 30%의 지분을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인들은 은인표가 이 사실을 알고 정씨에 대한 복수심으로 정씨를 찾아다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재판에서 검찰은 그가 특정 기업에게 사업과 무관한 대출을 받도록 조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해당 기업의 실질적인 1인 주주라며 법무사를 통해 정관을 작성하고 법원에 등기를 신청했지만, 수사 결과 그는 주주명부에 등재된 적조차 없고 인수 대금을 부담한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는 재판에서 회사의 실질적 1인 주주로서 문서 작성 및 행사 권한이 있다고 생각했다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가 카지노 영업권을 노려 1인 주주 자격을 모용한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아직도 가시지 않은 전일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상처
전일저축은행 사태는 대주주 견제 장치의 실효성과 브릿지 뱅크, 은행 파산 정리 방식의 한계와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진짜 피해자는 사실 은인표도, 금융 당국도 아닙니다. 바로 은행을 믿고 예금을 맡긴 시민들과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입니다.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자 6만여 명은 예나래저축은행으로 계약이 이전되어 원리금을 일정 부분 보호 받았지만, 이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 한 채 피해를 떠안았습니다.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의 움직임을 보였지만, 파산 재단의 자산과 배당률을 감안하면 원금 회수율은 결코 높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2011년 이후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 전반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전국 24개 저축은행에서 23,000여 명의 투자자가 총 8,170억 원 규모의 불완전 판매 피해를 입었으나, 파산 재단을 통해 보상 받은 평균 배당률은 고작 28.2%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이는 전일저축은행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일저축은행의 파산 배당률과 실제 회수율은 25% 수준으로 평균 배당률보다도 낮습니다.
지역저축은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수령 파산 배당금과 예금 보험금도 상당한 편입니다. 배당률이 낮은 만큼 실질 원금 회수율은 매우 낮고, 배당이 완료되지 않은 재단은 10년째 아직도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특히 전북 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저축은행이라는 영업 구조가 결합되어 피해자들의 집단 구제 및 실질 배당 시행은 요원해 보입니다.
서민금융기관으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중심의 불법 대출 및 배임, 자금 유출이 문제였던 만큼 제도적 책임과 금융 당국의 감독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있지만, 은인표가 차명과 특수관계인을 동원하여 3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시행하는 동안 감독 당국은 이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 한 채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습니다. 예나래저축은행을 설립하여 계약 이전을 통해 5,000만 원 이하의 예금자를 신속히 보호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5,000만 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형을 선고 받은 뒤 출소한 금융 범죄자가 다시 법인 서류를 위조하고 자격을 도용한 사건은 법인 등기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상장과 비상장 여부를 막론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법인이 ‘실질 지배자’를 의무 등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이는 재범 관리의 허술함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온갖 불법으로 점철된 자가 먹튀 없는 확실한 보증 업체인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인수했다면 얼마나 많은 편법,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지 알 수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정빈 판사는 지난 10월 재판에서 은인표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하며 “피고인은 누범 기간 중 자숙하지 않고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은인표는 이미 형사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입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전일저축 사태는 카지노 황제를 꿈꾸던 인물의 단순 일탈이 아니라, 금융 감독 기관의 사전 경고 시스템 실패와 권력형 유착 비리, 브릿지 뱅크와 파산 정리 제도의 한계, 투자자 보호 체계의 허술함이 모두 한 데 어우러져 나온 슬픈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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